달라이 라마
2022년 8월 15일
수년 전 미국 워싱턴 D.C. 에서 개최된 행사에서 “인도와 중국 중에 어느 나라가 향후 세계의 중심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인도라고 대답했는데, 이는 인도에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갖는 인도의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랫동안 나 자신이 인도 사회의 일부라고 생각해 온 사람으로서 인도의 독립 75주년을 맞아 내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1947년 인도가 독립을 한 이후 걸어온 발자취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인도 국민들은 국내외적으로 과학 기술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인도가 국제 사회 발전에 기여한 점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꾸준하게 실현했다는 것입니다. 인도는 지금까지 많은 도전에 직면했으며, 여러 격변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세대에 걸쳐 확립된 강력한 민주주의의 토대하에서 국가의 기본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습니다. 이같이 튼튼한 토대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 계층이 서로 동등한 존재로서 공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천 년 이상 인도에서는 모든 종교의 전통이 조화롭게 유지되어 왔습니다. 나는 지금 인도 북부 끝에 위치한 아름다운 라다크 지방을 방문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무엇보다 내 눈길을 끄는 것은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 힌두교 신자들이 종교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하루하루 평화롭게 사는 모습입니다. 역동적인 사회 덕택에 인도는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이고 꾸준한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민주주의는 그 속성상 독재 체제처럼 억압하거나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1954과 1955년 중국을 방문하여 인민 대표 회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켜볼 기회가 있었고, 이후 1956년에는 뉴델리를 처음으로 방문하여 인도 의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인도에서는 중국과 달리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서로 이견은 있었지만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의회에서는 두려움이나 주저함 없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는 세계의 지도 국가가 되고자 하는 위상과 열망을 갖고 있습니다. 인도는 모든 시민의 권리를 존중하고, 투명성을 견지하고, 독립적 사법체계와 언론 자유를 바탕으로 하는 도덕적 권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현대에서도 그 의미를 발휘하고 있는 고대의 지혜인 아힘사(자비)와 까루나(비폭력)를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비폭력주의 원칙을 널리 전파하였습니다. 나는 이 두 가지 고대 인도 정신을 널리 알리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독려하는 것을 나의 네 번째 의무로 채택한 바 있는데, 이는 긍정적인 인간의 가치를 고양하고, 종교 간 화합을 장려하며, 티베트의 문화와 생태를 보존하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마음과 감정의 상호 작용에 대한 깊은 이해, 명상 같은 정신 훈련의 전통적 기법 등 인도의 오랜 전통이 인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나는 이러한 전통 자산, 특히 자비심의 힘에 대해 인도 국민들이 보다 깊이 인식할 수 있도록 헌신할 것입니다.
고대 인도의 매우 귀중한 자산인 요가는 육체적, 정신적 안녕을 개선하기 위한 주요 도구로 자리 매김하였고, UN총회는 2015년 6월 21일을 국제 요가의 날로 선언한 바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인도의 고대 지혜를 현실에 부합하고 학문적인 관점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인도 교육 과정에 포함할 것을 제안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실 인도는 고대와 현대의 지식을 유익한 방식으로 조화함으로써 현대 사회가 보다 통합적이고 윤리적인 세상으로 발전하도록 촉진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습니다.
몇몇 주(州)에서 이러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하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독립 이후 75년 이상 인도와 인도 국민들은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성숙함을 증명해 왔습니다. 오늘 신임 무루무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면서, 국제 사회가 인도의 중요성을 보다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도는 전 인류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서 많은 것을 기여할 것입니다.
「온마노라마(Onmanorama)」 신문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