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망명 중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성하는 여기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티베트가 자치와 민주화를 이루려면 달라이 라마라는 최고 종교 지도자의 직책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69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성하는 지난 화요일 『힌두스탄 타임스』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내가 앞으로 몇 달 안에 죽거나 혹은 티베트로 돌아가기 전에 죽는다면 새로운 달라이 라마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난민 공동체에서 벗어나 민주적인 티베트에서 살게 된다면 내가 죽은 후에 후계자는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라는 발언이 보도되었다.
이번 달라이 라마 성하의 발언은 1959년 중국의 티베트 봉기 진압 직후 수천 명의 티베트인들과 고국을 떠나 인도 북부로 망명한 정신적 지도자의 70번째 생일을 축하를 준비하는 가운데 나왔다.
달라이 라마의 직책은 15세기에 생겼으며, 그로부터 2세기 후인 제5 대 달라이 라마부터는 순수한 종교적 역할에서 벗어나 티베트를 정치적으로 통합하기 위해 세속적 권한과 영적 권한을 겸임하게 되었다.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는 전임자의 환생자를 찾아서 선정하지만, 인터뷰에 응한 제14 대 달라이 라마는 후계자를 찾는 복잡한 절차에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며 오래된 의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1935년 7월 6일 라모 돈둡으로 태어난 그는 유아 시절 티베트 불교 최고 지도자의 14번째 화신으로 인정받아 1940년 2월 22일 라싸에서 네 살의 나이에 달라이 라마로 즉위했다.
달라이 라마 성하는 영자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환생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본인은 1617년 달라이 라마에 오른 후 67년간 그 자리를 지킨 제5 대 달라이 라마의 화신임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린 시절 전생에 대한 생생한 꿈을 꾸었다고 한다.
"게다가 내가 아주 게으른 소년이긴 했지만 불교 철학 같은 과목에 대해서는 언제나 나를 가르친 선생님만큼 잘 알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전임 달라이 라마의 직계 환생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전생의 기억이 있어야만 설명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티베트의 비폭력 해방을 위해 헌신한 공로로 198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달라이 라마 성하는 조국의 독립이라는 당초의 요구를 포기하고 대신 티베트의 문화, 언어, 환경을 보존하기 위하여 '의미 있는 자치권'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4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뉴델리를 방문했을 때 인도는 티베트를 중국의 일부로 인정하고 티베트 영토가 반중 정치 활동에 이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대가로 중국은 티베트에 접해 있는 히말라야의 작은 지역인 시킴을 인도 영토로 인정했다.
달라이 라마 성하는 중국의 주권보다는 티베트의 자치권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며 인도의 결정에 대해 큰 이견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여러 인터뷰에서 달라이 라마 성하는 중국이 티베트 문화의 모든 흔적을 없애고 이민자들을 이 지역에 넘쳐나게 했다며 현재 대부분의 도시에서 “티베트인들이 소수민족으로 전락했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이 '거의 기적에 가까운'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뤘으며, 완전한 자치권과 민주 체제가 허용된다면 티베트도 중국의 번영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전 세계가 하나가 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분리 독립을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단지 우리 문화를 보존하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살고 싶을 뿐입니다. 이를 반대하는 측은 분열주의자인 중국인들입니다.”
인도는 달라이 라마 성하가 1959년 중국 통치에 반대하는 봉기에 실패하고 군인으로 위장한 채 티베트를 탈출한 이후 달라이 라마 성하와 티베트 망명 정부의 호스트 역할을 해 왔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현재 인도에는 20만 명 이상의 티베트 난민이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