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다람살라
오늘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달라이 라마 성하께서는 관저 정문을 지나 중앙 법당인 쭉락캉으로 걸어가셨습니다. 평소처럼 성하께서는 이동 통로 좌우에 앉아 있는 대중들에게 번갈아 바라보며 미소 짓고는 손을 흔드셨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걸음을 멈추고 아이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셨습니다.
성하께서는 사원에 도착한 다음, 전날과 동일하게 불단의 만달라를 마주보고 앉아 차크라삼바라 수행 입문식에 필요한 본존을 마음으로 그리는 심상화 의식을 하셨습니다. 의식과 관련 있는 구절을 독송하면서 성하께서는 벽 위에 걸려 있는 불화를 올려다보며 여러 본존께 경의를 표하셨습니다.
성하께서 준비 의식을 하는 동안, 청중들은 스물한 분의 따라 보살에게 예경을 하는 기도문을 독송했습니다.
성하께서는 준비 의식을 마친 뒤 법좌에 앉아 「반야심경」을 독송하셨습니다.
“「반야심경」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반야심경」을 암송할 때 부처님께서 공성에 대해 말씀하신 내용과 성불에 이르는 수행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한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성하께서는 수행 입문식을 하는 데 있어 장애가 되는 존재들에게 또르마 공양을 하면서 전날과 동일한 지적을 하셨습니다. “우리 자신을 못살게 굴고 방해하는 것들은 외부에 있지 않고 우리 내면에 있습니다.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사물이 실재한다고 여기는 강한 애착과 집착이며, 극단적인 이기심과 ‘내가 가장 소중하다’는 자기중심적 태도입니다. 이런 장애물들은 우리의 부정적인 감정에 반영이 됩니다.”
성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사물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이름을 붙였을 뿐입니다. 우리가 이 점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윤회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스승께 올리는 공양 기도」에서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이기심은 고질병이며
원하지 않는 고통의 원인이다.
이 점을 알아 악마와 같은 이기심을
비난하고 증오하며 제거하겠습니다.
모든 어머니들이 행복하도록 보살피는 것은
무량한 공덕의 관문이며
이 점을 알아 생명 가진 존재가 설령 적이 된다고 해도
나 보다도 더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이기심은 모든 고통의 문이며
모든 이를 어머니처럼 돌보는 것은 선업의 시작이니
자신과 타인을 교환하는 이 요가 수행이
핵심 수행이 되도록 굽어 살펴 주소서.”
“여러분이 타인을 위하며 살면 적은 없습니다.”
“모든 전통 종교가 가치 있고 소중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은 보다 특별합니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고통의 주요 원인을 식별합니다.”
“한번은 라싸에 있는 조캉사에 들어가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곳에는 아주 귀한 관세음보살상이 모셔져 있는데, 보살상이 나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아 다가가 안았습니다. 관세음보살님께서 절대 희망을 잃지 말고 부지런히 가르침을 실천하고 수행하라고 말씀셨습니다.”
“자신이 평화로우면 주변으로 그 분위기가 전해진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저는 오늘 크리슈나짜리아 전통에 따라 차크라삼바라 수행을 할 수 있는 권한 부여할 것입니다. 수행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본 입문식을 전수할 것입니다.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점은 우리가 밤낮으로 해야 할 것은 실재가 존재한다고 집착과 애착, 그리고 이기심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노력해야 합니다. 내가 매일 수행하고 있으니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할 때 비로소 달라이 라마의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차크라삼바라 수행에는 루이빠, 간타파다(몸 만달라 수행), 크리슈나짜리아 등 세 가지 전통이 있는데 루이빠 전통은 규또 밀교 사원과 규메 밀교 사원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성하께서는 설명하셨습니다. 젊은 시절 딱닥 린포체에게서 크리슈나짜리아 전통의 수행 권한을 전수했으며, 입문을 한 후 무문관 수행도 했다고 하셨습니다.
성하께서는 입문식에 참석한 이들에게 만달라 공양을 올리고 다음과 같이 서원하라고 하셨습니다. “대해탈의 위대한 성전으로 제가 들어가도록 하소서.” 그리고 입문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간덴 티빠를 비롯해 단상에 앉은 제자들은 요기의 상의와 하의, 보관, 눈가리개와 꽃 화환이 받았습니다.
성하께서는 이제 제자가 된 참석자들에게 푸른색의 헤루까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마음으로 그리라고 하셨습니다. 지속적으로 수행을 하면 제자들은 하얀빛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붉은빛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칠흑 같은 검은빛만 남은 상태를 체험하는데 이때 80가지 분별이 사라지면서 육체적 정신적 의식이 전부 사라지고 오직 미세한 정광명만이 남는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성하께서는 보살계를 주신 뒤, 모든 수행을 포괄하는 보리심 수행으로 제자들을 안내하셨습니다. 생명 가진 존재들을 위해 부처가 되겠다고 일으킨 보리심을 하얀 달로 상상하고 그 위에 모든 것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공성의 이해를 상징하는 다섯 가지 갈고리가 있는 오고금강저가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라고 제자들에게 당부하셨습니다.
휘장을 통과하여 만달라 궁전으로 들어간 것을 마음으로 그리라고 하셨습니다. 헤루까로 변한 스승이 제자들에게 금강승 계율을 전수하고, 제자들은 자신의 평범한 몸과 마음을 모두 해체하고 자신의 미세한 마음과 기운이 본존이 된 것을 마음으로 그리라는 권고를 받았습니다. 헤루까로 변한 스승은 금강승 계를 받고 지키는 것은 대성취자가 되기 위한 초석이라고 하셨습니다. 또 금강승 수행을 비밀스럽게 수행할 것이며 다른 이들에게 발설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의를 제자들에게 주었습니다.
성하께서는 물, 왕관, 금강저, 요령, 이름을 사용해 수행 권한을 부여하는 보병 입문식을 가졌고 금강 스승 입문식을 전수하셨습니다. 보병을 사용해 깨달음의 권한을 부여하는 보병 입문식은 생기차제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비밀, 지혜, 제4 입문식(문자 입문식)은 원만차제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또한 보병 입문식은 몸을 정화하고, 비밀 입문식은 말을 정화하며, 지혜 입문식은 마음을 정화하고, 제4 입문식은 몸과 말과 마음을 함께 정화합니다.
입문식이 끝나자 성하께서는 기마무리 의식을 거행하셨고, 입문식에 참석한 몽골 불자들은 법당을 줄지어 나오며 성하의 무병 장수를 기원했습니다.
성하께서 법당에서 나와 엘레베이터로 이동할 때, 참석자들은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성하를 뵙기 위해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앉아 있었습니다. 대중들 가운데 누군가는 손을 흔들었고, 누군가는 환호를 했으며, 누군가는 밝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오늘도 성하께서는 사원 뜨락에서 대기 중인 골프 카트를 타고 관저로 돌아가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