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께서 오늘 아침 일본 외신 기자 클럽(FCCJ)의 요청에 따라 ‘선한 마음 키우기’라는 주제로 영상 대담에 참여하셨습니다. FCCJ의 회장인 수벤드리니 가쿠치 여사는 성하를 환영하면서 대담의 사회자인 피오 데밀리아 기자를 소개하였습니다. 데밀리아 씨는 성하를 뵙게 되어 기쁘다는 인사말과 함께 첫 질문으로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앞으로 우리 인간이 지금보다 더 선하게 될지에 대해 여쭈었습니다.
성하께서는 선한 마음, 따뜻한 마음, 자비로운 마음은 인간 생존의 근본인 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포유동물인 인간은 서로 아끼고 사랑하게 되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태어나자 마자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죽게 되겠지요. 심지어 뱃속에 있는 태아도 어머니의 기분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존을 서로에게 의지합니다. 인간은 사랑을 받아야 잘 성장할 수 있으며, 때문에 모든 종교가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의 친절과 사랑을 경험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나는 어디를 가나 친구를 쉽게 사귀는데 이는 내가 그 사람이 어디에서 왔는지, 무슨 신앙을 가졌는지 따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게는 모든 인간이 형제 자매입니다. 때문에 그들이 나에게 친절하고 우호적인 것입니다. 그들은 행복하고 미소 짓는 내 얼굴에 반응하는 것입니다. 물론 내가 얼굴을 찡그리거나 매섭게 얘기한다면 그들도 다르게 반응하겠지요.
따뜻한 마음을 가지면 동물을 대할 때도 효과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강아지에게 웃음을 짓고 친절하게 대하면 꼬리를 치며 따르겠지만 얼굴을 찡그리고 화를 내면 강아지도 꼬리를 내립니다.
현대 교육은 따뜻한 마음의 중요성에 관심이 제대로 두지 않습니다. 집에서 천진난만하고 즐겁게 놀던 어린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기쁨을 잃어버립니다. 행복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는 따뜻한 마음을 키우는 훈련이 교육 과정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불안과 분노는 숙면을 방해하지만 마음의 평화는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따뜻한 마음은 모든 인류에게 이로운 것입니다.
자, 그럼 다른 질문이 있나요?”
사회자인 데밀리아 씨는 기자들에게 자신을 먼저 소개한 후 질문을 명확하게 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첫 질문은 두려움 속에서 어떻게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교육은 마음의 평화를 가꾸고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가르침을 놓치고 있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가 마음의 평화를 유지한다면 불안과 공포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평화롭고 행복합니다. 나는 난민이지만 내면의 평화를 기르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깨닫았습니다. 핵심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겠다는 태도인 것입니다.
우리 티베트 사람들은 날란다 전통에서 이어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훈련을 받아 대체로 논리적인 추론에 의지합니다. 우리 마음의 평화는 추론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마음의 평온을 방해하는 감정, 특히 분노에 대해 찬찬히 분석하곤 합니다. 마음을 수련하면 분노와 두려움이 줄어들고 자비심이 길러지는데, 이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친숙하게 경험해 온 일입니다.”
성하께서 세계 2,60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을 대표하는 지도자가 되시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 인간이고 한 명의 티베트 사람입니다. 나는 지도자가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미 정치적 활동으로부터 완전히 은퇴하였습니다.”라고 답변하셨습니다.
혹시 어떤 회한이나 후회가 되는 점이 없는가 하는 질문에는 “없습니다. 내 지난 삶을 돌아보면 나는 모든 이를 형제자매로 여겼고 내 마음의 평화를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때문에 전혀 후회되는 일이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웃과 평화롭게 사는 방법에 대해 무슬림들에게 어떻게 조언할 것인지 인도네시아 기자가 질문을 했으며, 성하께서는 70억 명의 인류가 모두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는데 다만 어떤 사람들은 분노와 분열을 조장하는 지도자들의 농간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성하께서는 때때로 정치인들이 신앙심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여 종교 간 갈등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신앙은 개인적인 선택임을 알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반면에 따뜻한 마음을 키우고 모든 인류가 나의 형제자매임을 인식하면 모두가 서로를 똑같은 인류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현재 대만의 정세와 1949년 티베트의 사정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성하께서는 대만 사람들 대부분이 한족이라고 알고 있고, 불교를 비롯한 중국의 고대 문화를 지켜 나가고 있다고 하시면서, 중국 본토에서 대만에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 대신 대만으로부터 중국 고대의 가치와 전통을 배우는 방안을 제안하셨습니다.
성하께서는 또 “나는 양쪽이 함께 평화로운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내가 중국에 있을 때(1954-1955) 마오쩌둥 주석을 비롯한 지도자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나는 마르크스 사상에 감명을 받았지만, 마오 주석이 종교를 독약이라고 언급하는 것을 보고 그분께서 종교를 강하게 비판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덧붙이셨습니다.
또 다른 질문자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3번째 연임에 대한 성하의 견해와 홍콩과 신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인권 문제와 관련하여 북경에서 개최될 동계 올림픽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쭈었습니다. 성하께서는 우선 시진핑 주석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라고 답하셨습니다. 이어 과거 마오 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과 가진 만남을 회상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이념이 매력적이긴 하나 인민들에 대한 엄격한 통제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또 중국에 신세대 지도자들이 등장하면 변화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도 피력하셨습니다. 티베트와 신장 지구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다양한 문화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이미 중국 내에 티베트인, 위구르인 등 여러 민족이 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 지역 사회를 어떻게 도울지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질문에 성하께서는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다른 외신 기자가 성하께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날 계획이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구체적이 계획은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여러 해에 걸쳐 우타이샨 불교 성지 방문을 피력해 왔습니다. 만약 그 방문이 성사된다면 가는 길에 북경에 들러 중국 지도자들을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겸사해서 중국에 사는 나의 오랜 친구들, 이전에 알았던 이전 정부의 관료와 군 장교들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고 그들도 나이가 들어 가고 있으니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싶습니다.”
한 아랍계 통신 기자가 성하께서 이슬람 최고의 성지인 메카를 방문할 의향이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나는 종교 간 화합을 위한 내 노력의 일환으로 정말로 메카 순례를 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생긴다면 기쁜 마음으로 그 기회를 잡을 것입니다. 과거 나는 이곳 인도의 여러 성지를 방문했습니다. 그 중 하나로 델리에 있는 자마 마스지드 무슬림 성지를 방문하여 전통 의례에 따라 토피, 또는 타키야로 불리우는 하얀 모자를 쓰고 다른 신자들과 함께 기도에 참여하였습니다.”
앞서 질문을 한 통신 기자가 성하께서 티베트로 돌아가서 사시는 게 더 좋지 않겠냐는 질문을 추가로 던졌습니다. “나는 여기 캉그라 계곡에 있는 다람살라에서 이미 수십 년을 살았고,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세계 전역의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합니다. 나는 자유롭습니다. 몇 해 전 나는 당시 인도 수상인 만모한 싱 박사님께 내가 완전하게 자유로우니 여생을 이곳에서 보내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과거에 여러 교황과 만났는데 프란치스코 현 교황도 만날 의향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성하께서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만나고자 하신다면 언제든 즐거운 마음으로 만나고 싶다고 답변하셨습니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된 또 다른 질문에 성하께서는 자신이 전문가는 아니라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다만 우리가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면 덜 불안하고 더 행복할 것이며 심지어 신체적으로도 더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대만 기자가 과거 성하께서 대만을 다시 방문하겠다고 말씀하신 바 있는데, 재방문 계획을 여전히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지금은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미묘한 상태이므로 당장은 평화롭게 인도에 남아 있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나는 어느 곳에서도 정치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같은 현대의 기술은 내가 모든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가 가능하도록 합니다. 나는 대만의 형제자매들은 물론이고 중국의 형제자매들 모두의 행복을 위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면 어떤 일이든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나는 중도의 길, 중관(中觀)을 선택하였습니다. 나는 티베트의 완전한 독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입장은 유연하므로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현재 상황은 매우 복잡합니다. 때때로 나는 일개 승려로서 이와 같이 복잡한 정치적인 문제에 관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피오 데밀리아 씨가 성하께 성하와 교황 중 “누가 먼저 중국을 방문할까?”라는 돌발 질문을 던졌는데 성하께서는 “신만이 아실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웃으셨습니다.
데밀리아 씨는 과거에 일본 외신 기자 클럽(FCCJ)에서 성하께 명예 회원 자격증을 발급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그 자격을 갱신하여 새로운 자격증을 만들었다고 보여 드리면서 성하께서 나중에 클럽을 친히 방문해서 받아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성하께서는 “감사합니다. 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라고 화답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