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라다크 세와첼
달라이 라마 성하께서는 개교 50주년 기념 행사와 하계 토론 대회가 열리는 람돈 고등학교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학교가 레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성하께서는 차로 도시를 통과하여 올라가야 하셨습니다. 티베트인, 라다크인 및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이 손에 카타(실크 스카프)와 꽃을 들고는 만면의 미소를 머금고 도로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성하께서는 환영 위원회의 영접을 받았습니다. 관계자들은 성하를 학교 운동장에 세워진 차양이 덮인 단상으로 안내했습니다. 성하께서는 먼저 불상 앞에서 예경을 하고 등불을 밝힌 다음 행사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어 제14 대 달라이 라마 오픈 경기장 개관을 기념하는 현판을 제막하고 50주년 기념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단상으로 가는 도중에 오랜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신 성하께서는 단상 앞으로 걸어가 15,000명 대중들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토론을 하고 있을 때 관례대로 차와 달콤한 밥이 제공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학교 이름이 어떻게 아티샤(Atisha) 스님의 주요 저서인 '람림(깨달음의 길로 안내하는 등불: Lamp for the Path to Enlightenment)'에서 유래되었는지를 들려주는 교가가 연주되었습니다.
개인들이 헌사하는 순서에서 학생 대표 체링 앙모는 처음에 입학했을 때 긴장하고 수줍어한 자신을 회상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런 행사에서 공개적으로 연설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이 학교에서 배운 자신감으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그녀는 학교 이름에 언급된 등불의 빛이 이 학교의 훌륭한 교사들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을 대신하여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남학생 대표인 악왕 남걀은 성하의 장수를 기원하며 기도를 했습니다. 남걀은 학교가 자신과 다른 친구들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했고 이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성하의 조언대로 학교에서 현대 교육과 더불어 내적 가치를 고양하는 통합 교육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교생을 대표하여 교사와 교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람돈 사회 복지회의 푼촉 왕축 회장은 초청 인사들과 후원자, 학생, 교사, 직원 및 일반 대중에게 함께해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왕축 회장은 올해로 개교 50주년을 맞는데, 하계 대토론의 일환으로 ‘과학과 자비, 보편적 윤리로 사람들을 연결하다’를 주제로 삼아 컨퍼런스를 주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왕축 회장은 이 학교가 본래 바쿨라 린포체의 지원과 후원으로 설립되었다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작은 교실에서 시작해 고등학교로 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학생 몇 명으로 시작한 이곳은 현재 약 천여 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교과 과정에는 불교 철학에 대한 설명과 사랑과 자비심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지침 역시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왕축 회장은 물심 양면으로 지원을 해 주시는 성하와 바쿨라 린포체에게 감사를 표하며 성하께 연설을 부탁했습니다.
성하께서는 “나의 도반이자 형제자매 여러분.”이라는 말씀으로 연설을 시작하셨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감사하게 여기고, 그 가르침을 법에 감사하고 신실하게 믿는 여러분 모두 불법을 보존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라다크에 오면 여러분들의 온 마음을 다해 법에 헌신하는 모습들을 보는데 이에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성하께서는 제 쫑카파 스님의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실린 마지막 구절을 인용하셨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지지 않은 곳
전해졌으나 쇠락한 곳에
큰 자비심으로 법을 확실히 전하여
모든 중생에게 큰 이익과 행복을 선사하겠습니다.
“과거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지지 않은 곳이 많았지만 오늘날에는 널리 전해지고 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다 더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때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졌다가 쇠락한 곳에서도 물질적 발전만으로는 마음 이 평온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이들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나는 살아오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의지가 꺾이거나 화가 난 적은 한 번도 없 었습니다. 이젠 내 나이 90이 다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낙심하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나는 샨티데바 스님께서 말씀하신 이 게송처럼 모든 생명 가진 존재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중생이 존재하는 한
나 또한 여기에 머물러
이 세상 모든 고통을 없애리라.
“나는 절대 낙담하지 않을 것이며 이 서원을 포기하지도 않습니다. 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면서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데 전념할 것입니다.”
“이 라다크 사람들은 다른 히말라야 사람들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을 진심으로 믿고, 감사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직면하는 장애물이 크면 클수록 사람들의 용기는 더욱 커집니다.”
“중국 공산주의자들은 종교를 경멸하고 불교를 왜곡하여 사람들의 신앙을 파괴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티베트인들의 믿음을 와해하지는 못합니다. 티베트인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의지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 라다크 사람들은 물론 따왕 지역 주민들도 부처님과 부처님의 법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티베트인들의 굳건한 믿음을 무너뜨리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티베트 본토의 대학생들을 나는 만났습니다. 실제로 티베트 내에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관심을 보이는 중국인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성하께서는 마음과 감정의 작용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과학자들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과학자들은 기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성하를 방문합니다.
성하께서는 히말라야 전 지역에 날란다 전통 – 윤리, 집중과 통찰에 근거한 실천 – 을 계승하고자 하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수련은 논리적 이성을 바탕으로 내면에 변화를 가져옵니다.
성하께서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 보리심과 공성을 이해하는 지혜를 성찰하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수행은 마음에 평화를 가져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샨타락시타 스님의 은혜로 티베트에 날란다 전통의 불교가 확립되었고, 또 스님께서는 티베트의 고유 문자가 있으니 불교 문헌을 티베트어로 번역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셨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오늘날 우리들에게 지침이 되고 있는 경전과 논전입니다.”
“경전과 논전을 번역한 덕분에 티베트인들은 논리와 이성을 바탕으로 하는 중관 사상을 연구할 수 있었으며, 이 중관 사상은 폭넓은 관점을 제공하는 유익한 접근 방식입니다.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확신을 주는 좋은 전통입니다. 따라서 나는 도반인 여러분에게 예경문만 암송할 것이 아니라 중관 사상과 논리 그리고 이론 역시 배우기를 권합니다.”
“여러분이 과거와 미래를 믿을 수도 있고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금 실천한다면 바로 이 삶에서 이러한 가르침이 여러분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세속적 윤리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세속적 윤리의 가치는 종교적 입장을 취하지 않고도 가르칠 수 있고, 한편으론 실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전통에 입각하면 자비심이 자연스럽게 생길 것입니다.”
성하께서는 과거 중국의 초청을 받아 방문했을 당시, 당신을 철학자라 표현하던 마오쩌둥과 여러 차례 만났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마오쩌둥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는 성하의 손을 잡고 사람을 이끄는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고 합니다. 마오쩌둥은 성하가 과학적인 사고를 하지만 독과 같은 종교를 맹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에 즉각 반응은 하지 않았으나 그 이후로 마오쩌둥이 불교를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궁금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성하께서는 또 다른 일화도 소개하셨습니다. 베이징에 있을 때 함께 있었던 판첸 라마가 천둥 번개가 치는 것을 보고 “용이 포효하고 있다.”라고 해서 이에 “용은 없으며, 두 개의 전력이 서로 충돌할 때 생기는 현상”이라고 답하셨다는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라다크 지역에 꽤 많은 사원이 있는 것을 보신 성하께서는 비구와 비구니로서 산다는 것을 단지 승복을 입고 계율을 지키는 것만으로 만족하면 안되며 출가자들은 사랑과 자비의 실천인 보리심을 공부하고 명상하고 삶에 통합해야 한다고 조언하셨습니다. 성하께서는 승려들에게 이 점을 명심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우리 티베트인들과 히말라야 사람들은 모두 관세음보살께 기도하고 여섯 음절의 옴 마니 펨 메 훔을 늘 암송하고 있으나 내면에서 자비심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혜 역시 필요합니다. 우리는 다음 게송처럼 문수보살께 기도해야 합니다.”
지혜의 빛을 밝혀
중생의 어두운
무명을 제거하시는
문수동자께 예경합니다.
“이 기도를 반복하면 지혜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법을 이해하고 실상을 바로 직시하기 위해선 우리의 지혜가 예리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자비심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성하께서는 강로마(Gangloma)라고 알려진 문수 동자 찬탄문(Praise to Manjushri) 구전을 전수하신 후 대중에게 문수 동자의 게송인 옴 아라 빠 짜 나 디를 108번 독송하도록 하셨습니다.
“승려와 재가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 만트라를 암송하면 공부를 하는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혜, 즉 실상을 아는 통찰력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문수보살께 예경하는 가운데 자비심을 새기도록 하십시오.”
성하께서는 『마음 수련을 위한 여덟 가지 게송』을 낭독하셨습니다. 이 위대한 저서는 게세 랑리 탕빠가 지으셨다고 소개하셨습니다. 성하께서는 이 저서를 날마다 읽고 암송한다고 하시면서 수행의 방법을 삶에 적용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실상에 대한 통찰, 즉 공성에 대한 통찰을 보리심과 통합한 수행자는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 궁극에는 부처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혜와 방편을 함께 실천해서 궁극의 경지에 이르면 부처의 지혜와 부처의 몸을 얻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이렇게 만나 『마음 수련을 위한 여덟 가지 게송』과 『문수 보살 기도문』을 여러분에게 소개했습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각자가 수행을 해야 합니다.”
“며칠 전, 스토크에 있는 대불 앞에서 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도를 했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종교를 존중합니다. 모두 하나 같이 사랑과 자비의 실천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 불교는 매우 심오하고 방대한 철학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의 무슬림 친구들 중에는 알라신을 믿지만 사랑과 자비에 대한 불교의 이론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랑과 자비를 키우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공동 목표입니다. 종교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차별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모두 조화롭게 살아야 합니다.”
“또한 무수리(Mussoorie)에 이런 방식을 도입한 학교를 설립했고, 이곳을 모델로 삼는 학교들도 생기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게세 스님들을 이 학교의 종교 강사로 채용했습니만 이런 접근 방식이 제한적이고 협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강사들을 종교 교사에서 철학 교사로 변경했고 이에 보다 폭넓은 입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사미니 승려들에게도 공부를 할 것을 권고해 왔는데 요즘 그들 가운데 게세가 배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철학은 우리의 지성을 사용해야 합니다. 오늘 이곳에서 어린 학생들이 서로 토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기뻤던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조금 잘난 척을 하자면, 용수 보살과 토론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쩌면 그분이 난감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차빠 최끼 셍게(Chapa Chökyi Sengé)는 논리와 이성을 근간으로 한 교재를 기반으로 티베트 토론 체계를 공식화하고 모든 맥락에서 모든 주제와 관련해서 토론할 수 있는 방식을 설계했습니다. 이는 제가 존중하는 과정이며 여러분도 이에 익숙해지길 당부합니다.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이게 다입니다,”
“개교 50주년을 맞아 학생, 교사, 교직원 모두에게 축하 인사를 드리고, 또 이런 기쁜 자리에 초대받아 감사합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단기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수백 년 동안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따시데렉”
학생들은 성하를 찬탄하는 전통 노래와 춤, 그리고 요즘 노래와 춤을 선보였습니다.
스텐진 다와(Stanzin Dawa) 교장은 성하께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는 말로 인사말을 시작했습니다. 50주년 행사에 성하께서 참석하셔서 이 행사가 더욱 빛났으며 큰 영광으로 여기며 이번 행사에 참석한 지역 행정부 관계자와 내빈들, 후원자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성하께서는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차에 올라 관저가 있는 레로 향하셨습니다. 레에도 많은 이들이 성하를 뵙기 위해 길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