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17일
오늘 여러 나라에서 오신 불교계 대표들과 함께 이 자리에 서게 되어 매우 기쁘고 영광스러우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지 2,500여 년이 지났습니다. 부처님의 제자인 우리가 이 자리에 함께 모였다는 점은 크나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을 기억하고 부처님께 경의를 올립니다.
우리는 지금 21세기에 들어섰습니다. 지난 20세기를 되돌아보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한 세기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중에 우리는 정치, 경제, 과학 등 인간 활동의 다양한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 실험하고 도전했습니다. 이와 같은 경험의 결과로 인간의 본성인 자유의 중요성, 그리고 경제 발전을 위한 개인의 역동성과 기업의 사적 소유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같은 시기에 사람들은 과학을 통해 성취한 무기의 엄청난 파괴력을 멈추거나 축소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새로운 인식도 갖게 되었습니다. 20세기의 이러한 고난과 경험 덕분에 우리 인간은 어느 정도 성숙해졌고 우리의 지능과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세기 전반과 후반을 비교해 보면 인간의 태도와 사고에 긍정적인 발전이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희망의 원천입니다.
지난 세기 초, 우리는 과학과 기술을 통해서만, 육체적 만족을 통해서만, 그리고 물질적 발전을 통해서만 인간이 행복할 수 있다는 오해와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에너지와 노력의 대부분이 물질적 발전에 투입되었습니다. 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물리적 시설이나 물질적 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이 고통을 극복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접근과 태도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비폭력, 평화, 환경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습니다. 이 같은 인식의 변화는 지난 세기 동안 우리가 겪은 수많은 경험의 결과였습니다. 이제 21세기가 시작되는 이 시점, 즉 우리의 정신적 태도를 바꾸어 내면을 계발하고, 그로부터 비폭력ㆍ 평화ㆍ 전쟁 철폐의 개념을 발전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알게 된 지금, 모든 종교가 연민ㆍ 관용ㆍ 만족ㆍ 자기 수련의 개념을 장려하는 것은 매우 적절합니다. 다양한 종교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의 다양한 종교를 잘 이해하고 화합하여 인류의 이익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500년 이상 존재해 왔고 자비ㆍ 친절ㆍ 관용ㆍ 자기 수행과 같은 가르침을 다른 종교와 공유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현대 사회에서 특별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종교와 달리 불교는 현대 과학에 가까운 상호 의존성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불교에는 팔리어 전통과 산스크리트어 전통이 있습니다. 후자의 전통은 위대하고 저명한 고대 대학인 날란다에서 번성했으며, 당시 불교 학자들에 의해 철학과 논리학이 고도로 발전했습니다. 따라서 산스크리트어 전통은 아주 중요해졌습니다. 최근 들어 불교 신자들 간의 접촉과 교류가 적어졌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서로 다른 불교 전통 간에도 지식과 경험을 교환하고 소통을 보다 활발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 인도 불자들은 주로 인도에 존재하는 산스크리트 불교 전통에 특별한 관심과 책임을 가져야 합니다.
오늘 이 모임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 불교도들 간에 더 많은 소통을 하게 되기를 바라며, 어떤 전통에 속해 있든 모든 불자가 세계 인류의 행복과 정신적 평화를 위해 좀 더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