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저물어 가면서 우리는 세계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오래 지속된 평화는 세계를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었습니다. 정치적, 군사적 연대를 통해 여러 국가 간 연합이 탄생하였고, 산업과 국제 무역이 부흥하면서 글로벌 경제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전 세계를 잇는 통신은 거리, 언어, 인종의 장벽을 허물고 있습니다. 반면에 심각한 문제도 있습니다. 인구 증가, 천연자원의 고갈, 공기, 물, 삼림 자원과 지구 존립의 기반이 되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생명체를 위협하는 환경 위기와 같은 문제입니다.
이와 같은 우리 시대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인류가 보편적 책임의식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과 가족, 그리고 조국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동시에 전 인류를 위해서도 똑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배워야 합니다. 보편적 책임의식은 인류 생존의 핵심 요소입니다. 이것은 또 세계 평화, 천연자원의 공평한 사용, 후대를 위한 환경 보전의 토대이기도 합니다.
나는 금번 세계 환경 운동 지도자들의 모임에 희망을 지니고 참석했습니다. 이번 회담은 전례가 없던 방식으로 세계 공동체가 협력할 수 있는 기회이자 인류애가 진전되었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일부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지구 정상 회의는 회담 개최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이기에 이 자리에 참석한 수많은 NGO 단체를 보며 가슴이 뜁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여러분들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UN에서도 아직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러한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동료 인간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자원한 봉사자들이 수많은 NGO를 조직하였습니다. 여러분의 헌신은 사회와 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최전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모든 조직은 개인과 마찬가지로 나름대로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협력하지 않는다면 큰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우리 모두는 하나의 커다란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났습니다.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교육을 받았거나 받지 못했거나, 어느 국가에 속했건, 어떤 이념을 따르건, 궁극적으로 우리는 다른 사람과 똑같은 하나의 인간입니다. 더구나 우리 모두는 행복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할 수 있는 동일한 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두가 동등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친밀감을 느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보편적 책임의식을 갖게 되는데, 이것은 다른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어하는 바람입니다.
이 같은 자비심은 본질적으로 평화롭고 온화하지만 동시에 강력하기도 합니다. 자비심은 진정한 내면의 힘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신앙이나 이념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인간의 선한 본성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보편적 책임 의식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은 어느 특정 지역에서 일어나는 중대한 사건이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도 처음부터 전 세계적 관점에서 다뤄야만 합니다. 국가, 인종, 이념의 장벽은 파괴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새로운 상호 의존적 관점에서 볼 때, 타인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이 가장 분명하게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상호 의존은 자연의 기본적 법칙입니다. 모든 생명체뿐만 아니라 가장 미묘한 수준의 자연 현상도 상호의존의 법칙에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바다, 구름, 숲, 꽃과 같은 모든 현상이 미묘한 형태의 에너지에 의존합니다. 적절한 상호 작용 없이는 소멸하고 부패하고 맙니다.
이 같은 자연의 법칙을 어느 때 보다 잘 인식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의 직접적 원인 이 자연의 법칙을 무시한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세계, 특히 개발도상국이 보유한 제한된 자원을 개발하는 일은 재앙을 불러올 것입니다. 이러한 자원 개발이 제약 없이 지속될 경우,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고통을 겪을 것입니다. 우리는 미묘한 생명체의 세계가 스스로 보전할 수 있도록 존중해야 합니다. UN환경 기구는 우리가 6,500만 년 만에 가장 심각한 자원 고갈 문제에 직면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심각하게 두려운 일입니다. 우리에게 닥친 어마어마한 규모의 위기에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상호 의존의 법칙에 대한 무지는 자연 환경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에도 해를 끼쳤습니다.
우리는 상대방을 배려하기 보다 물질적 소비를 통해 자신의 행복을 찾는 일에 전념하였습니다. 이 일에 지나치게 매몰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사랑, 친절, 협력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소양을 고양하는 일에는 태만했습니다. 정말 슬픈 일입니다. 우리는 인간이 진정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닙니다. 우리가 기계라면 스스로 모든 고통을 덜고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단순한 물질적 존재가 아니며, 따라서 외적인 측면으로만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평온을 소중히 여깁니다. 봄이 오면 낮이 길어지고 햇살이 더 많이 비칩니다.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모든 것이 새로워지면서 사람들은 행복을 느낍니다. 가을이 되면 나뭇잎이 떨어지고 꽃도 시들면서 헐벗은 나무들이 우리 주변에 가득합니다. 이때 우리는 즐겁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깊이 생각해 보면 인간은 발전하면서 성과가 있는 성장을 원하며, 추락하거나 죽고 몰락하는 것들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파괴적 행위는 우리의 본성에 반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본성은 건설적입니다.
적절한 성장을 위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인간의 가치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리가 정치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과학이나 종교 분야도 도덕적 기반으로 추구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기반 없이는 과학자들이 가치 있는 기술과 단순하게 편리하기만한 기술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 우리 주변의 환경 파괴는 이러한 혼동의 가장 명백한 사례입니다. 종교의 경우, 도덕은 특별히 필수적인 덕목입니다.
종교의 목적은 아름다운 교회나 사찰을 짓는 게 아니고, 인내심, 관용, 그리고 사랑 같은 긍정적인 인간의 가치를 배양하는 것입니다. 처음 출발한 철학적 관점이 어떻든지 간에 모든 종교의 가장 중요한 계율은 우리의 이기심을 줄이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때로는 종교의 이름으로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분쟁을 야기하곤 합니다. 서로 다른 신앙을 따르는 신도들은 모든 종교가 정신적, 감정적 건강을 제공하는 수단으로서 엄청난 내재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성경에 칼을 쟁기로 만들라는 좋은 구절이 있습니다. 무기를 개조하여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는 도구로 바꾸라는 사랑의 의미, 즉 내적, 외적 무장 해제의 상징적 행위일 것입니다. 이러한 성경 구절의 정신에 입각해 볼 때, 나는 오늘 오랫동안 지켜지지 못한 전 세계 무장 해제의 긴급성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장 해제는 무장에 필요한 대규모 자원을 환경 보호나 빈곤 추방, 그리고 지속적인 경제 발전 등에 투입하게 만들 것입니다. 조만간 이것이 실현될 수 있도록 UN이 협력하길 바랍니다.
나는 언제나 나의 조국, 티베트의 미래를 앞에서 말한 관점에서 그려왔습니다. 티베트는 무장이 금지되고 사람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중립 비무장 보호 구역이 될 것입니다. 단순한 꿈이 아닙니다. 티베트가 비극적인 침략을 당하기 이전 수천 년 동안 티베트인들이 노력해 온 바로 그 길입니다. 티베트에서는 야생의 자연환경이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보존되었습니다. 이미 17세기에 환경 보호를 위한 법령을 제정하기 시작했는데, 환경 보호 규정을 강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최초의 국가들 가운데 하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환경이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키운 믿음 때문일 것입니다. 최소 지난 3백여 년 간 티베트에는 실질적인 군대가 없었는데, 이미 지난 8세기에 국가 정책의 수단으로서 전쟁을 포기하였습니다.
내가 대체로 미래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연설을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지구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빠르게 변화한 것이 희망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지구상의 자원이 무한한 것처럼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억제되지 않은 소비 만능주의가 환경과 사회 복지 모두에 치명적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와 개인 모두가 새로운 환경과 경제 질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달이나 별이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우리가 실제로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면 비참할 것이라는 농담을 나는 종종 하고는 합니다. 우리의 이 푸른 지구는 살기 좋은 곳입니다. 지구의 생명이 우리의 생명이며, 지구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입니다. 사실, 지구는 어머니처럼 우리를 대합니다. 어린아이처럼 우리는 지구에 의지합니다. 온실 효과나 자원 고갈과 같은 전 세계적인 문제에 임할 때 개별 기구나 개별 국가는 무력합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대처하지 않으면 어떠한 해답도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어머니인 지구는 우리에게 보편적 책임의식이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배우기 시작한 이러한 교훈 덕택에 다음 세기는 보다 더 친절하고 조화롭고, 그리고 덜 해로운 시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의 씨앗인 자비심이 더욱 번창할 것입니다. 나는 아주 희망적입니다. 동시에 나는 모든 개개인이 지구 가족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도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되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도 개인의 결단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회담을 주관한 UN은 당초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성에서 창설되었습니다. 나는 UN의 창설 목적이 이제는 지구와 인류의 장기적인 건강을 지키는 새로운 과제로 확대되었다는 점에 크게 고무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행복하고, 더 조화롭고, 더 건강한 지구를 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행동하는 그런 시대가 오기를 기도하고, 희망합니다.
(1992년 6월 7일,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UN 지구 정상 회담 연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