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트리뷴 창간 140주년을 맞아 내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져 기쁘게 생각합니다. 인도가 영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 트리뷴의 창립자가 인도에서 사회 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교육이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신문을 창간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나는 일반적으로 미디어가 사람들이 사회의 전반적인 발전을 더 넓은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나는 미디어 종사자들이 코끼리처럼 긴 코를 가져야 좋은 점과 나쁜 냄새를 모두 맡아서 드러낼 수 있다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언론은 그와 같은 일을 하면서도 항상 정직하고 공정해야 하며, 뉴스 보도에서 편향되지 않아야 합니다. 트리뷴이 1881년부터 명맥을 이어 왔다는 사실은 이 신문이 사회에 가치 있는 기여를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인도에서 가장 오래 머물게 된 정부의 초청 인사로서 나는 인도의 발전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인도가 독립 이후 전반적으로 민주적 안정을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많은 도전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은 분야가 있습니다. 그것은 고대 인도의 지혜, 특히 아힘사와 카루나, 비폭력과 자비심과 같은 원칙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치를 발전시킨다면 인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61년 전 나는 고국 티베트를 떠나 인도에서 피난처와 자유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 이후로 나는 전 세계의 종교 지도자, 학자, 과학자들과 교류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양자 물리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인도의 라자 라만나 박사를 비롯하여 해당 분야의 과학자들과 토론하는 것이 특히 즐거웠습니다. 라만나 박사는 양자 물리학이 서양에서는 비교적 새로운 학문이지만, 그 이론의 이면은 인도 불교의 대가인 나가르주나(용수보살)가 수세기 전에 저술한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고 설명해 준 적이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고대 인도의 지혜는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7세기에 티베트에 불교가 전래된 이래, 인도에서 불교가 쇠퇴하는 와중에도 티베트에서는 불교를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불교의 종교적 측면은 불교도들에게만 중요할 수 있지만, 정신 과학을 포함한 불교 과학과 자비와 비폭력을 바탕으로 한 불교 문화는 전 세계, 심지어 불교를 믿지 않거나 다른 종교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959년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인도 정부는 모든 연령대의 티베트 학생들과 수천 명의 티베트 승려들을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을 아낌없이 제공했습니다. 이와 같은 도움으로 우리는 본질적으로 고대 인도의 지혜를 살리고 천 년이 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티베트인들은 물론 나 또한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우리를 도와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 세기 동안 우리 민족이 큰 혜택을 입은 영적 지식을 제공한 인도에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나는 정신과 감정의 작용에 대한 고대 인도의 풍부한 지식, 그리고 명상과 같은 인도의 정신 훈련 기법이 지금 세상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같이 위대한 인도의 전통을 공유하고 유지하는 것은 인류의 가치 증진, 종교 화합, 티베트 문화 보존과 함께 내가 지키고자 하는 필수적인 서약입니다.
오늘 나는 인도의 형제자매 여러분께 이와 같은 나의 노력에 동참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인도는 논리와 추론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속적인 관점에서 볼 때도 인도의 고대 지식은 현대 교육과 결합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실 인도는 고대와 현대 지식의 결합을 촉진하여 21세기에 보다 통합적이고 윤리에 기반한 세계관을 배양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습니다. 핵심은 두뇌 교육과 함께 따뜻한 마음가짐을 배양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살려면 비폭력과 자비심과 같은 자질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원칙은 논리적으로 타당할 뿐만 아니라 종교인이든 아니든 모든 이에게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자비심과 비폭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체적 위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정서적 위생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분노, 불안,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이러한 감정을 모두 줄여야 합니다. 핵심은 마음의 평화를 기르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평화와 행복의 원천은 궁극적으로 따뜻한 마음입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살 수도 없고, 기계에 의존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 안에서 스스로 길러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지성과 따뜻한 마음을 결합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위한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나는 인도만이 현대 교육과 정신의 작용에 대한 고대 인도의 지식을 결합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며, 전 세계가 이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지구 전체의 복지를 위해 인도만이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1년 2월 3일 인도 「트리뷴」에 게재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