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티베트 민중 봉기 2주년_ 제14 대 달라이 라마의 담화문
1959년 3월 10일은 외세의 지배 아래서 9년 가까이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낸 티베트 민족이 독립을 선언한 날입니다. 지금도 티베트에서는 압제와 핍박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 동포들은 굳건한 의지로 독립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이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해방’이라는 미명 하에 파괴와 탄압을 일삼은 침략자들에 대항하여 수년 전부터 시작된 저항과 투쟁의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방이라는 이름으로 힘없는 민족의 자유가 짓밟히고 있는 현실을 더 많은 문명국들이 인식을 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특히 두 건의 국제 법률가 위원회(ICJ) 보고서는 티베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사태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티베트 민족의 기본적인 인권을 무자비하게 짓밟았으며, 지극히 정당한 방식으로 생존권을 주장하는 수천 명의 무고한 목숨을 빼앗고 문화와 종교적 유산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고서는 티베트의 종교를 파괴할 목적으로 수많은 티베트인을 죽이고 수천 명의 아동을 중국으로 강제 이주시킨 것은 명백한 집단 학살이며 인종 청소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959년 유엔(UN)이 중국을 상대로 티베트 민족의 기본적인 인권과 자주권을 박탈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도 국제 사회가 티베트를 지지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빼앗긴 것은 자주권이 아니라 독립이지만 중국은 이러한 주장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티베트 난민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본토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1960년 존경하는 인도 지도자 스리 자야프라카시 나라얀(Shri Jayaprakash Narayan)이 19개국 대표단으로 구성된 국제 회의를 소집한 것은 국제 사회가 티베트를 지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회의에서 국제 사회는 티베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켰으며, 아시아 아프리카 위원회(Afro-Asian Council)를 발족하고 미국 뉴욕에 대표단을 파견해 세계 의회(World Assembly)에서 티베트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티베트가 겪고 있는 고통에 지대한 관심을 표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아시아 아프리카 위원회에 전 티베트인을 대표하여 심심한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위원회가 뉴욕에서 재차 소집될 세계 의회에 스리 푸쇼탐 트리캄다아스(Shri Pushottam Trikamdaas)를 대표로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머지 않아 티베트 문제가 유엔 총회에서 정식으로 논의될 날이 올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중국으로 하여금 티베트 식민 지배를 중단하고 티베트의 독립을 보장하도록 힘써 줄 것을 국제 사회의 티베트 지지자들과 유엔 총회에 호소합니다. 확실한 태도와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티베트를 지지하는 말레이시아 연합과 태국, 아일랜드, 엘살바도르 정부와 국민들께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훌륭한 이웃으로서 우리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준 인도 정부와 국민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최근 유엔은 식민지 국가의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티베트는 중국의 식민지 지배 하에 놓이기 전까지 엄연한 독립 국가였으며 자주권이 부정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티베트 땅에 살고 있는 티베트 동포들이 외세의 지배 아래서 고통당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티베트 정신과 독립을 향한 열망을 계속 지켜 갈 것을 동포들께 호소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내 조국과 사랑하는 동포들을 떠나 와 있다는 사실에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달라이 라마 역시 고통과 희망을 동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인도와 네팔, 부탄, 시킴에 흩어져 있는 수천 명의 티베트 동포 여러분은 언젠가 다시 조국으로 돌아가 더 행복하고 위대한 독립 티베트를 건설할 막중한 책임이 있음을 기억하고, 굳은 결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자는 당부의 말씀도 드립니다. 티베트 정신과 문화 그리고 종교 전통과 유산을 계승하면서 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한 새로운 티베트를 만들기 위해 유능한 인재가 많이 필요합니다.
어쩔 수 없이 티베트를 떠나오기 전, 중국에 강점된 상황에서도 저와 카샥(Kashag)은 토지 제도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런 노력은 중국에 의해 철저하게 좌절되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지금 그들 식의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티베트 동포들의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개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면밀히 검토해 보면 결국 티베트인들은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노예 상태에 처하고 말 것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런 식의 개혁은 유엔 헌장뿐만 아니라 세계 인권 선언 내용과도 명백하게 배치됩니다. 내가 준비하고 있는 개혁이란 지적, 도덕적, 종교적 자유를 허용하면서 사회적으로 부를 균등하게 분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얼마 전 달후시(Dalhousie)에서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하겠습니다. “티베트를 풍요롭고 활력 있고 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원이나 귀족들이 누리던 특권과 막대한 재산을 국민들에게 모두 반환해야 하며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배움의 기회를 가지고 서로서로를 도우며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더 나아가 모든 측면에서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정부 구조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과 국가 행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합니다. 진보된 정치 제도를 확립하고 종교 체계를 개혁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현재 저는 티베트 헌법의 초안과 경제 구조 구상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머지 않아 인도와 그 주변 국가에 있는 티베트인 대표들에게 제시하여 검토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최종 결정은 티베트 국민 전체가 내릴 것입니다.
최근 콩고에서 일어난 대규모 학살에 대해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습니다. 콩고, 알제리 외 그 어디든 이러한 학살에 대해서는 달라이 라마도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외세의 지배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살해되었으며 지금도 비극이 끝나지 않았음을 잊지 말 것을 전 세계인에게 호소합니다.
신의 뜻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티베트인들이 당하는 고통에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티베트 안팎에 계시는 동포들께 상기시키고 싶습니다. 이 두렵고 고통스러운 암흑의 시간이 지나고 언젠가는 정의와 진실이 지배하는 밝은 날이 올 것입니다.
우리의 이웃인 인도와 부탄, 시킴, 네팔 정부가 베풀어 주신 친절과 배려에 대해 가슴 깊이 감사 드립니다. 티베트 난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관용을 베풀어 주신 국제 사회와 인도 내 수많은 개인과 단체에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난민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보여 주신 관대함으로 변함없이 성원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끝으로 티베트 동포들과 함께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립니다.
달라이 라마
1961년 3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