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구축을 위한 5가지 방안
미국 의회 인권 위원회 연설
1987년 9월 21일
지난 세기 중국 점령 하에서 많은 사람들이 티베트를 떠나야 했지만 우리는 항상 직접적이고 솔직한 대화로 중국과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1982년에는 중국 지도부 개편과 중국 정부와 핫라인 구축에 때를 맞춰 나의 조국 티베트와 우리 민족의 미래를 건설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북경으로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그리고 중화 인민 공화국의 법치적 현실을 배려하면서 긍정적인 자세로 진지하게 대화에 임했습니다. 나의 바람은 중국도 이와 같은 호혜적인 태도를 취하고 궁극적으로 티베트와 중국 양측 모두의 희망과 이해관계를 만족시킬 만한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중국은 마치 티베트가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마치 자신들을 비판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우리의 노력에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했습니다.1. 티베트 전체를 평화 구역으로 전환한다.
2. 티베트 민족의 존망을 위협하는 중국인 이주 정책을 중단한다.
3. 티베트 민족의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에 기반한 정치적 자유를 존중한다.
4. 티베트의 자연 환경을 복원 및 보호하고, 더 이상 핵무기 개발 기지이자 핵폐기물 처리 장소로 티베트를 이용하지 않는다.
5. 티베트의 미래를 구상하고 티베트인과 중국인의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논의를 다시 시작한다.
이 다섯 개 항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1. 먼저, 동부의 캄과 암도를 비롯한 티베트 전체를 "아힘사" 구역으로 선포할 것을 제안합니다. 아힘사는 평화주의와 비폭력을 의미하는 힌디어 용어입니다.
그러한 평화 구역의 정착은 티베트가 역사적으로 맡아온 역할 즉, 중도적이고 평화로운 불교 국가이자 강대국들 사이의 분쟁을 방지하는 완충자의 역할을 계속하도록 하자는 맥락입니다. 또한 티베트를 평화 구역으로 만들자는 제안은 네팔 땅을 평화 구역으로 선포하자는 네팔 측의 제안, 그리고 그러한 제의에 대해 중국이 지지를 표명한 것과도 맥을 같이합니다. 네팔과 더불어 티베트와 그 주변 지역까지 포괄한다면 네팔이 제안하는 평화 구역 개념이 세계 평화를 위해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티베트가 평화 구역으로 정착될 수 있으려면 우선 중국의 군대와 군사 시설이 티베트에서 철수해야 합니다. 그러면 히말라야의 티베트 국경에 주둔한 인도 군대도 철수하고, 군사 시설도 해체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려면 합법적으로 안보를 보장하자는 중국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티베트인과 인도인, 중국인 그리고 많은 주변국 상호 간에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국제 사회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히말라야의 국경 분쟁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는 데 따르는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에 중국과 인도 국민을 비롯한 모두의 바람입니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인도가 정치적으로 긴장 관계를 유지했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중국 군대가 티베트를 점령한 뒤, 사상 처음으로 국경을 마주하면서 이 두 강대국 사이에 긴장 관계가 조성되었습니다. 결국, 1962년에는 전쟁으로 비화되었으며 그 이후로 이 지역에서는 위험한 사태가 수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광대하고 우호적인 성향을 가진 완충 국가가 존재해서 서로 분리되어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두 나라가 훨씬 더 수월하게 예전의 우호 관계를 회복할 것입니다.
티베트인과 중국인의 우호 관계 증진을 위한 첫 번째 전제 조건은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종교적 신념과 자유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인구의 6분의 1에 달하는 백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또 그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감옥에 갇혀 고통받았던 지난 세기의 비극을 돌이켜보면, 중국 군대가 철수하는 것만이 화합과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문을 여는 진정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티베트를 점령하고 있는 막강한 군대의 위압적인 힘은 모두가 경험한, 그리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억압과 고통을 한시도 잊지 못하게 합니다. 중국 군대 철수는 티베트가 앞으로 우정과 신뢰를 기반으로 중국과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2. 지금 중국 정부가 티베트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며 추진하는 중국인 이주 정책은 티베트 원주민의 수를 상대적으로 미약한 수준으로 줄여 정치적 유권자로서 티베트인을 소수 집단으로 전락시키는 술책에 지나지 않으므로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대규모 중국인이 티베트 땅으로 이주하는 것은 제4 차 제네바 협약(1949)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며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티베트 민족의 존망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티베트 동부는 이미 티베트 사람들 보다 중국인이 훨씬 더 많습니다. 중국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나의 고향인 암도 경우에도 티베트인이 75만 명인데 반해 중국인은 250만 명에 달합니다. 중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소위 티베트 자치구라고 하는 티베트 중부와 서부마저도 중국인이 수적으로 티베트인 보다 훨씬 많습니다.
중국인 이주 정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타 지역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제도적으로 자행되었습니다. 금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만주족은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지닌 민족이었습니다. 지금 만주 지역에 거주하는 만주족 원주민 수는 고작 2 ~ 3백만에 불과하며 한족이 7천5백만으로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신장이라고 부르는 투르케스탄 동부 지역의 경우1949년에는 20만 명이던 중국 한족이 현재는 7백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습니다. 내몽골도 중국의 식민지가 된 이후 지금은 한족 8백5십만, 몽골인 2백5십만으로 중국 한족 인구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티베트에는 한족 중국인 정착민이 7백5십만 명으로 이미 6백만 티베트인을 앞지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티베트 자치구'로 명명한 티베트 중부와 서부는 중국 스스로도 1백90만 티베트인이 이미 그 지역의 소수 집단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티베트 주둔 전체 중공군 병력 30~50만 명 중 소위 티베트 자치구에 배치된 25만 명까지 합하면 이 지역의 중국인 비율은 더욱 높습니다.
티베트인이 하나의 민족으로서 생존을 이어갈 수 있으려면 이러한 한족 이주 정책을 당장 중단하고 티베트 내 중국인 정착민들은 다시 중국 본토로 되돌려 보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티베트 민족은 관광객들의 구경거리나 역사의 유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3. 티베트 민족의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에 기반한 정치적 자유를 존중해야 합니다. 티베트인은 다시 한 번 문화, 지식, 경제 그리고 영적으로 성장하는 기회와 함께 기본적인 민주적 자유를 누려야 합니다.중국 정부에서 일부 불교 사원을 복원하고, 종교 행위를 허용하고는 있지만 종교와 관련한 심도 있는 연구와 교육은 여전히 금지된 상태입니다. 공산당이 승인한 소수의 사람들만 종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망명지에서 살고 있는 티베트인들은 1963년 나 달라이 라마가 반포한 티베트 헌법에 따라 민주적 권리를 행사하며 살고 있는 반면 티베트에서 살고 있는 수천 명의 동포들은 종교적, 정치적 신념 때문에 감옥에 갇히고 강제 노역에 시달리며 고통받고 있습니다.4. 티베트의 자연 환경 복원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하며, 티베트를 더 이상 핵무기 개발 기지이자 핵폐기물 처리 장소로 이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티베트인은 형태를 막론하고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를 마음 깊이 존중합니다. 천성에 가까운 이러한 태도가 불교적 믿음을 통해 더욱 공고해져 사람이건 동물이건 어떠한 중생도 해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침략을 받기 전까지 티베트는 독특한 자연 환경에 그야말로 청정한 야생의 낙원이었지만 불행하게도 지난 수십 년 간 중국에 의해 야생의 생태계와 숲은 거의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티베트의 손상되기 쉬운 자연 환경에 대한 중국식 개발주의가 미친 영향은 절망적일 만큼 지대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미미하게 남아 있는 것들이라도 지키고 티베트의 자연 환경을 원래의 균형 잡힌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5. 티베트의 미래를 구상하고 티베트인과 중국인의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정직과 호혜의 정신에 입각하여, 그리고 티베트인과 중국인을 비롯하여 이 문제와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장기적으로 득이 되는 해답을 찾자는 취지에서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티베트인과 중국인은 각자의 생활 양식과 국가, 역사, 문화, 언어를 지닌 서로 다른 사람들입니다. 사람들 간의 이 같은 차이는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에게 득이 되는 진정한 의미의 협력 관계를 가로막은 장벽을 쌓을 필요는 없습니다.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 열린 마음과 진지한 자세로 미래를 논의하고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우리 모두가 합리적이고 현명한 태도를 견지해야 하며, 솔직함과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나야 합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