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3.10 독립 운동 15주년을 기념하며 달라이 라마가 드리는 말씀
제국주의 시대의 종식과 더불어 많은 나라들이 엄혹한 식민 치하에서 해방되었지만 우리 600만 티베트 동포는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와 자유를 잃었고 수만 명이 삶의 터전을 박탈당했으며, 또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을 당했습니다. 3월 10일, 3.10절은 티베트의 비극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비록 우리 티베트 동포는 8만 5천 명과 6백만 명이 거대한 히말라야를 사이에 두고 갈라져 있지만 3.10절 정신 아래 변함없이 자랑스러운 한 국가의 한 민족입니다.
우리는 3.10절 정신이 티베트의 운명과 함께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티베트의 운명이란 무엇일까요? 이민족에 대한 탄압과 강대국의 지배에 대한 저항? 이념 대립? 아니면 소수 망명자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비이성적인 투쟁인가요? 아닙니다.
티베트의 운명은 바로 6백만 티베트 사람들의 운명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며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자유를 향한 투쟁입니다. 이 선량한 사람들이 정당한 삶을 되찾을 때까지 티베트의 투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나는 정의와 진리의 힘을 믿습니다. 정의와 진리가 없다면 우리 인간 세상에 희망도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티베트뿐만 아니라 중국의 지배를 받고 있는 이웃의 다른 모든 나라들도 자유를 되찾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티베트 수도, 라싸와 국경 일부 지역에 자치권이 주어질 거라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티베트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이 덜어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티베트 사람들은 여전히 힘겨운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히말라야를 넘어 망명을 하는 티베트 사람들은 지금도 계속 본토의 암울하고 비참한 실상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티베트 젊은이들이 공장, 도로, 항만 등의 기간 시설로 선전되는 "사회주의 지상 낙원"이라는 구호와 바로 눈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현실의 괴리를 깨닫지 못할까요? 중국이 내세우는 "진보"는 티베트 사람들에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막시즘 교육을 받은 젊은 티베트인들의 불만만 커질 뿐입니다.
우리는 이런 비참한 현실을 계속해서 세상에 알리고 고통받는 티베트 사람들을 위해 행동할 의무가 있습니다. 티베트 본토에 있는 동포들이 보여준 것만큼은 못 되더라도, 여기 있는 우리들도 결연한 의지로 이 어려운 의무를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티베트의 미래가 마냥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지금 국제 정세는 급변하고 있으며, 온 세상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티베트의 상황도 반드시 달라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진리와 정의가 우리 편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티베트 동포 여러분, 희망을 잃지 말고 강력한 의지로 계속 함께 나아갑시다!
달라이 라마
1974년 3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