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티베트 민족 봉기 22주년_제14 대 달라이 라마 담화문
오늘은 자유를 염원한 우리 티베트 동포들이 평화 시위를 한 지 22주년으로,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 역시 이날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투쟁의 성격과 향후 전망을 고려할 때, 지금 우리는 용기와 결단력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지난 20여 년간, 티베트에 남겨진 우리 동포들은 죽음과 배고픔 그리고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가혹한 착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 역시 고향을 떠나 이국에서 망명자의 신분으로 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세대는 티베트 역사상 그 어느 때 보다 최악의 비극적인 고통과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고통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금 세계에 만연한 위선과 기만, 오만한 자들의 침략과 같은 부정적인 성향의 크기와 무관하게 진실과 정의는 언제나 승리하며 우리 티베트의 진실된 외침 역시 국제 사회에 보다 분명하게 전달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절대 좌절하지 않고 굳은 신념을 바탕으로 우리의 용기와 헌신을 지속적으로 키워야 합니다.
과학, 기술 또는 물질적 진보라는 측면에서 티베트는 아직 미개발 상태입니다. 하지만 티베트는 2,000년이 넘는 역사와 풍요로운 문화 유산을 가진 나라입니다. 이 풍부한 문화 유산의 힘으로 우리 티베트인은 자연스럽게 행복하고 안정된 성정을 가지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인류사에서 눈에 띄는 특별한 사회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세계의 지각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와 문화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이 하나의 거대하고 화목한 가족이 되는 날이 올 때까지 각 사회가 근대 과학 및 기술과 더불어 고유의 전통 유산과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600만 티베트 동포들이 권리를 되찾기 위해 우리가 전개해야 할 투쟁의 원칙 중 하나는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위대한 문화 유산이 사라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존하고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과거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정책은 "보여 줄 때는 갈색 설탕이었는데 입에 넣어 보니 봉랍이다.(Before your eyes they show you brown sugar, but in your mouth they give you sealing wax)"라는 티베트 속담과 일맥상통합니다. 겉으로는 확실하고 감미롭고 인상적이며 설득력 있는 약속과 비전을 제시하지만 실제로는 티베트인들을 고문하고 탄압했을 뿐이며 이러한 사실을 감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티베트 동포들은 고통의 사슬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기 위해 투쟁할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고통에서 벗어날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진실로 우리 티베트 동포들이 삶을 영위하는 방식이 온전히 유지되고 있고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있고, 실제 그렇게고 느낀다면 그때는 논쟁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는 기만과 침략, 공허한 선전을 바탕으로 한 과거의 자멸적인 정책이 이익보다 해가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실에 입각하여 진실을 찾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고 이를 현실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감추려 하지 않고 인정하는 태도는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티베트가 중국의 점령 하에 있었던 30여 년의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중국의 변화된 태도에 대한 확신과 신뢰를 쌓으려면 분명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합니다. 분노는 분노로 이길 수 없습니다. 과거는 이미 과거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과 티베트 간에 우호적이고 유의미한 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미래에는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일굴 수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양측 모두가 폭넓은 이해와 열린 마음을 갖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모두의 평화와 행복, 그리고 안녕을 기원합니다.
달라이 라마
1981년 3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