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티베트 민족 봉기 8주년_제14 대 달라이 라마 담화문
8년 전 오늘, 중국 공산당의 압제와 탄압에 시달리던 티베트인들은 자유를 되찾겠다는 열망 하나로 무장 군사들에게 맞서 자발적으로 봉기하였습니다. 남녀노소 모두 무기도 없이 라싸 거리로 나와 티베트의 국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티베트 독립을 외쳤습니다. 중국 공산당의 군대는 이 무고한 사람들을 무력으로 짓밟고 대량 학살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투옥되었으며 강제 노역장으로 끌려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문에 시달리다 비참하게 죽어 간 사람들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자유를 외치다 희생 당한 수많은 사람들을, 그리고 8년 전 이날의 비극을 비통한 심정으로 기억합니다. 그 숭고한 희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수많은 우리 티베트 동포들이 목숨을 바쳐 가면서까지 되찾으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공산주의 국가, 중국이 지난 16년간 행한 무력 통치는 우리 티베트인에게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비극을 불러왔습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농사를 짓고 소와 양을 기르며 순박하게 살던 사람들은 귀중한 노동의 결실을 영문도 모른 채 빼앗겨야 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배고픔에 시달리며 중공군의 군수 물자 수송을 위한 도로를 만들고 군사 기지를 건설하는 강제 노역장으로 끌려갔습니다. '공개 재판'과 '자아 비판'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 아래 온갖 모욕과 만행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수 세기 동안 축적되어 온 티베트의 소중한 유산도 중국에게 빼앗기고 있습니다. 중국은 또한 티베트의 고유 언어가 아닌 중국어를 배우도록 강요하고 이름까지 중국식으로 바꾸게 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티베트 민족을 '한족화'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중국 공산당이 말하는 '티베트 자치구'의 실상입니다.
불행하게도 한족 중심의 제국주의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소위 말하는 '문화 혁명'의 시작과 '홍위병'의 출현으로 불교와 티베트 문화에 대한 말살 정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그 무자비함이 극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법당과 사원 심지어 가정집까지 강제 수색하여 찾아낸 모든 종교 서적을 불태웠습니다. 중국에 의해 파괴된 수많은 불교 유물 중에는 7세기에 만들어진 관세음보살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하게 훼손된 이 보살상 머리는 최근 비밀리에 인도로 옮겨져 대중에게 공개된 바 있습니다. 이 관세음보살상은 수 세기 동안 귀중하게 모셔져 왔으며 그 무엇보다 소중한 티베트의 문화 유산이었습니다. 이 불상이 파괴된 것은 티베트인에게 엄청난 손실이자 크나큰 슬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오쩌둥은 '프롤레타리아 문화 대혁명'이라는 미명 아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학생들을 광기 어린 폭도로 돌변하게 만들어 무자비하고 무분별한 파괴와 폭력을 일삼게 합니다. 이것은 중국 지배자들이 티베트 문화 말살에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는지를 방증하는 명백한 근거입니다. 야만적인 폭정 아래 티베트인을 노예로 전락시키고 소중한 정신 문화적 유산을 철저하게 짓밟는 중국의 행위에 대해 전 인류가 규탄하고 역사의 이름으로 그 책임을 추궁받는 날이 반드시 오고 말 것입니다.
한편, 중국은 한때 자신들이 보호하겠다고 했던 대상들과 조력자들까지도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이미 오래 전부터 공공연하게 중국과 반목하고 있는 판첸 라마는 지금 중국 정부의 야만적인 취급에 희생된 후 불명예스런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티베트 공산주의자들을 위한 새로운 호위병 역할을 하기 위해 중국에서 주도면밀하게 교육받은 티베트 인 학생들은 티베트로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동포들이 처해 있는 가혹한 현실을 깨닫고 조국 해방 운동의 첨병이 됩니다. 공공연하게 중국의 충실한 앞잡이 역할을 계속해 온 몇 안 되는 티베트인들도 최근에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티베트에 살고 있는 동포들이 처해 있는 비참한 현실과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깊은 슬픔을 느끼며 우리는 자유를 되찾자는 의지를 다시 한 번 굳건하게 다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망명지에서 살아 온 지난 8년간 우리는 언젠가는 티베트가 자유의 땅이 될 것이라 믿으며 그곳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정의와 평등, 민주의 원칙 그리고 모든 티베트인들이 공경하는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티베트 헌법을 구상하고 세상에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임무는 망명지에서 선출된 티베트인 지도자들이 주도적으로 맡고 있습니다. 우리는 티베트에 대해 깊은 연민의 정으로 광범위하게 지원하는 인도 정부의 도움으로 새로 정착한 땅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후세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나를 포함한 우리 티베트인은, 우리 민족이 새로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후세를 교육할 수 있도록 그리고 문화와 종교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인도 정부에 가슴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티베트인을 다방면으로 돕는 국제 기구와 인도의 여러 단체에도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 지금과 같은 도움이 필요하며, 뜻있는 여러 주체의 지원이 지속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또한 유엔을 통해 국제 사회에 티베트 현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준 인도를 비롯한 여러 국가 정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편, 중국이 티베트인의 매우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유엔의 수차례 권고에도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티베트인이 겪는 고통이 점점 더 심해지는 상황에서 정치력 행사를 비롯해 더욱 적극적 지원을 인도 정부에 호소하는 바입니다.
나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인도와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이 서로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티베트가 자유를 되찾고 비무장 지역으로 선포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평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의 민주 국가이자 정의와 평화, 자유를 가장 잘 지키는 국가로서의 국제적인 위상을 고려할 때 인도가 더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티베트가 오랜 비극을 끝내고 자유와 평화를 되찾고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날이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달라이 라마
1967년 3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