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승려이자 우리의 스승이신 부처님을 따르는 제자로서 저는 오늘 중화 인민 공화국 본토와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 불자 여러분께 개인 차원의 호소를 하고자 합니다. 저는 앞서 중국 사회에 대한 호소를 전한 바 있으나 오늘은 영적인 형제, 자매들께 시급한 인도주의적 사안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전하려고 합니다.
중국과 티베트는 대승 불교라는 공통의 영적 유산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비로운 부처님 - 중국에서는 관세음보살, 티베트에서는 쩬레식(Chenrezig)으로 부르는 - 을 숭상하고, 고통 받는 모든 존재에 대한 자비심을 최고의 영적 가치로 여깁니다. 더욱이 불교가 인도에서 티베트로 전파되기 전에 중국에 먼저 전해졌기에 저는 늘 중국인 불자들을 사형(師兄)으로 여기며 존경하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올해 3월 10일을 시작으로 라싸를 비롯한 티베트 여러 지역에서 일련의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티베트 사람들을 강압적으로 통치해 온 중국 정부의 정책 탓입니다. 긴 세월 동안 탄압을 해 온 중국 정부에 대한 오래된 분노가 표출된 것입니다. 저는 민족을 떠나 이번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데 깊은 슬픔을 느끼며 즉각 중국 정부는 물론 저희 티베트 동포들에게도 자제를 호소하였습니다. 특히 티베트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중국 정부의 폭력을 중지해 줄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NGO, 세계 시민들과 특히 많은 중국 지식인들이 자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폭력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티베트인이 다치거나 구금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중국 정부의 탄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특히 예로부터 고대 불교 지식과 전통을 간직해 온 불교 사원이 그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원들이 현재 출입이 통제된 상태입니다. 구금된 사람들 대부분이 폭행을 당하거나 고문을 당한다는 전언이 있습니다. 이러한 탄압은 정부의 공식적인 승인 하에 체계적으로 자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감시 기구, 언론인을 비롯하여 관광객조차 티베트 출입이 통제되는 지금 상황에서 저는 티베트 동포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공권력에 의한 탄압 과정에서 다친 사람들, 특히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 중 다수가 체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믿을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음식과 거주지가 없는 산악 지역으로 피신한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아직은 구금되지 않고, 피신하지 않은 사람들마저도 ‘언젠가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지속적인 공포 속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티베트 동포들이 처한 상황에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 이 비극적인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폭력적인 탄압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제가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듯이 가장 좋은 방법은 티베트인과 중국 지도부 간의 대화를 통한 해결입니다. 제가 중화 인민 공화국 지도자들에게 티베트 독립을 모색하지 않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왔습니다. 티베트의 불교 문화와 언어를 보존하고, 하나의 민족으로서 고유한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 제 요구 사항입니다. 티베트 자치구를 실질적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입니다. 풍요로운 티베트 불교 문화는 티베트만의 것이 아니라 중화 인민 공화국의 문화 유산의 일부이며 중국인 형제자매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재 자행되고 있는 잔혹한 탄압이 즉각 중단될 수 있도록, 구금된 사람들을 석방하고, 다친 사람들이 즉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촉구합니다.
2008년 4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