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티베트 민중 봉기 9주년_ 제14 대 달라이 라마 담화문
오늘은 우리 티베트 동포 모두에게 뜻깊은 날이자 자유를 지키기 위해 침략자들에게 맞선 인류 투쟁사에 기록될 날이기도 합니다. 9년 전 오늘, 우리 티베트인들은 모호한 논리로, 사실상 근거가 없는 종주권을 주장하며 1950년에 티베트를 무력으로 점령한 중국으로부터 자유를 되찾기 위해 용감히 맞섰습니다. 거인에게 작은 돌멩이를 던지는 격이었던 그날의 저항으로 수천 명 티베트 인이 학살당했습니다. 하지만 국력과 나라의 크기와 무관하게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우리의 신념까지 짓밟을 수 없었습니다. 중국 지배에 저항하며 온 나라 사람이 봉기하였고 티베트가 독립 국가임을 세계 만방에 분명하게 선포하였습니다. 그때의 저항 정신과 독립을 향한 의지는 티베트 본토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는 물론 해외에서 망명 중인 동포들에게도 확고한 신념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티베트 본토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은 물질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겨운 투쟁을 계속하고 있으며, 반대로 중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러한 저항 의지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국경 통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데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티베트인이 인도 등 인접 국가로 탈출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강압적인 통치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중국 스스로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도로 탈출하려다 죽은 티베트인이 최근에만 무려 500명이 넘습니다. 살아서 무사히 국경을 넘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중국 공산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들의 지배 아래서 인민들이 모두 만족하며 살고 있다면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겠습니까?
중국은 매년 수천 명의 티베트 어린이들을 부모로부터 강제로 분리해서 중국 본토로 보내 자신들의 사상을 주입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티베트와 관련된 모든 것들로부터 격리되어 마오쩌둥의 사상을 주입 받고 티베트 전통 전반을 미개한 것으로 여기도록 교육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기대와 달리 아이들 대부분은 지금 중국의 티베트 통치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진실을 추구하는 한 티베트인들은 결코 중국 공산당에게 세뇌당할 수 없습니다. 자신들이 정복한 소수 민족을 대하는 중국의 방식은 한족 중심주의(Han chauvinism)를 여실하게 보여 줍니다. 하지만 중국은 자신들의 목적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으며 오히려 애국주의라는 불꽃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심지어 젊은 티베트인 공산주의자들마저 중국에 대항하여 다른 티베트인들과 공고히 연대하고 있습니다.
티베트의 문화와 신앙은 중국 공산당의 주요 공격 대상입니다. 중국은 침략 초기부터 불교 대학과 문화유산을 파괴하였으며, 최근의 문화 혁명과 홍위병 운동으로 그 광기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수많은 승려와 학자들이 사원과 문화 기관에서 쫓겨나고 많은 티베트인이 중국 본토와 티베트를 연결하는 전략적 도로 건설에 강제로 투입되었습니다. 인접 국가로 연결되는 이 도로는 사실상 방대한 군사 시설로서 이 지역의 평화에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966년에는 티베트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티베트에 대한 강압적 통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내부에서도 오랜 기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투표로 선출된 대의원 301명의 티베트 자치구 의회가 갑자기 해산된 데 이어 티베트인 대표단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중국의 티베트 지배 정책이 완전히 파탄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중국에서 수년간 교육받은 티베트인들을 '지역 민족주의'를 조장했다는 혐의로 퇴출시키고 '재교육'을 실시한다며 강제 노역장으로 내몰았습니다. 군대가 모든 행정 기관을 장악하면서 작년 9월 이후 티베트는 사실상 완전히 중국의 강제 지배 체제로 넘어갔으며 민주적 통치는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3.10 티베트 민중 봉기라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 날에 수많은 애국 열사들이 목숨 바쳐 수행했던 자주 독립 투쟁이라는 숭고한 임무를 이제는 중국 공산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티베트 외부에 있는 우리들이 이어 가야 합니다. 우리는 비록 지금 이국땅에서 망명객으로 살지만 언젠가는 다시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그 날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미래의 자주 독립 국가인 티베트의 주인이 될 우리 어린이들에게 티베트인으로서 민족의 문화와 전통, 신앙에 정신적 뿌리를 깊이 내리고 정서적, 도덕적으로 성숙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교육의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문명화된 현대 사회가 문화적으로 이룩한 성과를 충분히 체득하여 건강한 정신을 가진 창조적인 티베트 국민으로서 조국 티베트뿐만 아니라 전 인류에 보탬이 되는 인재가 되는 길을 열어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티베트를 떠나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티베트인은 약 8만 5천 명입니다. 이 가운데 약 2만 명 정도가 인도, 부탄, 네팔, 시킴, 스위스 등지에서 농업, 목축, 수공업, 소상공업 종사자로 정착했습니다. 이것은 인도를 비롯한 많은 나라 정부와 여러 자선 단체의 물질적, 정신적 지원과 호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우리 티베트인들에게 도움을 주신 수많은 개인, 단체, 정부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직 2만 명의 티베트 난만이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정착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룬 것과 도움받은 것들을 더 많은 티베트인들이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뿌리내린 나라의 번영과 우리에게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의 행복에 보탬이 되고, 동시에 티베트의 풍부한 문화와 전통이 명맥을 이어가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미래의 독립 티베트에서 새롭게 꽃을 피울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티베트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그 날을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야 합니다. 지금 유엔에서는 많은 나라가 우리를 지지하고 티베트인을 야만적으로 탄압하는 중국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과 더불어 앞으로도 유엔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티베트를 지원해 주실 것을 희망합니다.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은 아시아 지역, 특히 티베트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에 크나큰 위협이 됩니다. 이와 더불어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더욱 강력한 정치적 지원을 인도 정부에 호소합니다. 아시아에서 정치적 위상이 막강할 뿐만 아니라 티베트와 문화적,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이며 수천 명의 티베트 난민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현실적으로 티베트를 지금의 불행한 운명에서 구제하는 것에 앞장설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인도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류에게서 자유와 정의에 대한 신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세상은 항상 우리 편일 것입니다. 우리 티베트인들은 우리가 진정으로 옳다고 믿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굳은 결의로 계속해서 투쟁할 것입니다.
끝으로, 세상의 모든 중생에게 평화와 행복이 함께하기를 부처님께 기도합니다.
달라이 라마
1968년 3월 10일